라면가격 담합, 농심 등 4개업체 과징금 1,354억 부과
농심 등 라면업계 강력 반발... 법적대응 고려중..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라면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기로 담합한 4개 라면 제조·판매사(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 1,35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대해 농심 등 관련업계가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서 주목된다.
공정위는 라면시장은 4개 회사가 시장의 10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과점시장으로 구조적으로 담합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라고 평가했다. 특히 농심은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개 업체가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선두업체의 가격 조정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라면은 품질 차이가 많지 않고,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여 가격이 중요한 경쟁요소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가격 인상 시 판매수량이 급감하는 행태를 보인다. 1998년 초 단행된 가격인상 이후 2001년 5월 가격인상을 하기까지 3년 정도 가격인상을 못했기 때문에 정부·언론·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가격인상을 하는 것이 업계 당면과제였다.
단독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 및 회사 이미지 훼손이라는 위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담합하여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자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주장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농심 등 4개 라면 메이저 업체는 2001년 5월부터 7월 사이에 단행된 가격인상부터 2010년 2월 가격을 인하할 때까지 총 6차례 각사의 라면제품 가격을 정보교환을 통하여 공동으로 인상했다.
특히 주력품목(농심 신라면, 삼양 삼양라면, 오뚜기 진라면, 한국야쿠르트 왕라면)의 출고가격 및 권장소비자가격을 동일하게 결정했다.
공정위는 "가격인상의 선도적 역할을 한 농심이 가장 먼저 가격인상안을 마련하고, 그 후 가격인상 정보를 다른 업체들에게 알려주면 다른 업체들도 동일 또는 유사한 선에서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업계 1위사업자가 타사들이 가격인상을 추종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격인상 정보를 제공하여 가격인상을 독려하고, 후발업체들 서로 간에도 가격인상 정보를 제공하여 타사의 가격인상을 점검했다는 것이다.
교환된 정보는 가격인상계획, 인상내역, 인상일자에서부터 가격인상 제품의 생산일자, 출고일자, 구가지원 기간 등에 이르기까지 서로 협조하여 순차적인 가격인상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였다.
가격인상과 관련한 정보뿐만 아니라 각사의 판매실적/목표, 거래처에 대한 영업지원책, 홍보 및 판촉계획, 신제품 출시계획 등 민감한 경영정보 역시 상시적으로 교환함으로써 담합 이탈자를 감시하고, 담합의 내실 강화(공정위가 확보한 03-09 이메일 자료만도 340건)했다.
또한 매년 3월말 열리는 라면협의회 정기총회 및 간사회의를 경쟁사 간 지속적인 교류 및 상호 협력을 용이하게 하는 창구로 활용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의견이다.
담합이 발생하기 쉬운 과점 시장에서 지속적, 상시적, 체계적 정보교환을 담합의 주요수단으로 활용했고, 시장점유율 합계가 100%에 가까운 과점 사업자들의 장기간에 걸친 담합행위였다는 것이 이번 담합의 특징이다.
공정위는 "이번조치로 장기간 견고하게 유지되어 온 라면 업계의 담합 관행이 와해됨으로써 향후 라면 시장에서 실질적인 가격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라면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간 정보 공유는 "통상적인 영업활동"이라는 것이다. 또한 각 사별로 "독자적인 가격 인상을 추진해 온 것이며, 타사에 가격 인상을 유도하거나 견제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라면 가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농심측은 "이미 브랜드 파워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후발 업체들이랑 가격을 논할 필요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농심이) 독자적으로 가격인상 한 것을 후발업체들이 따라 책정한 것을 (농심이)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농심 및 라면업계는 이번 과징금 처분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아이씨엔 오윤경 기자, news@icnweb.co.kr